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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음
    최근 또는 현재 2022. 1. 11. 07:24

    아마도 2012년 부터 였던 것 같다. 이방인이 된 것이. 나는 그때 12년의 결혼생활을 끝냈는데, 그렇게 끝내기가 싫어서 울고 불고 악을 쓰고 하여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발악을 했다. 그때 내가 사랑했던 그를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러다 미칠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십년 이십년이 지나 우리는 다시 합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알게 되면 영영 그 사람과 못 합칠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부모님이 충격받고 우는 소리 하시는것을 들을 자신이 없어서 약 2년 가까이를 부모님에게 이혼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조용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심장은 여전히 난도질당한듯이 아파서 숨쉬기도 힘들었지만, 살아서, 더 건강해지고 더 예뻐지면 그 사람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버텼다. 그가 나에게 했던 그 거짓과 기만은 그가 한게 아니라 그 옆에있던 사람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고, 얼른 더 돈벌고 더 잘나서 그를 데려오자고 생각했다. 그것은 우리에게 단지 순간의 시련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10년이 지난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생에 처음 제대로 된 사랑의 끝냄을 아파했고, 드디어 껍질을 깨고 나오는 중이었던것 같다. 나를 둘러싼 보호자라는 이름을 가졌던 부모님과 남편의 단단한 껍질을. 딱 10년전 나는 어쨌든 내 생에 처음으로 혼자가 되었다.

     

    그 뒤로 자의든 타의든 나는 여러 곳으로 그러나 미국 내에서 이직을 하고 이사를 다녔다.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리고 결혼 생활 12년동안 만났던 수의 사람들보다 백배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배웠다. 그 모든 것들은 두려우면서 짜릿했고 새로웠다. 나는 12년의 결혼생활이 거의 잊혀질정도의 경험과 기억을 쌓아갔다. 신세계였고 재미있었다. 나에게는 이제 낯설음이 익숙함보다 더 익숙하다.

     

    다만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이혼을 함으로써 내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보았는데, 더 많은 기회를 가졌고 내가 원하던 직장도 얻었는데, 그리고 또다른 사랑을 만났는데, 왜 아직 이 상처가 있을까. 왜 아직 아플까. 나는 아직도 그시절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이 두렵다. 그가 다시 그리워질까봐 두렵다. 지금 그가 다시 그리워지면 나는 나 자신의 초라함을 용서하지 못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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