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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비수기의 푸에르토 페냐스코
    여행 2022. 1. 11. 06:26

    Puerto Penasco, Mexico

    구글맵

    아리조나 피닉스에서 4시간이 채 안 걸리는 이유로 아리조나 사는 미국인들이 제집 앞마당 드나들듯이 놀러 다녀서 Arizona Beach라는 별명이 있는 곳이지만 엄연히 멕시코 땅이다. 멕시코 땅인데 아리조나 비치라고 불리는 것은 아마도 거기서 먹고 마시고 자고 놀고 한마디로 돈 쓰는 사람들은 죄다 미국인이라서 그런 듯하다. 멕시코 물가 치고는 식당이나 호텔 등이 많이 비싼데 대도시 출신 미국 사람 입장에서는(혹은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착한 가격이다.

     

    바다를 제외한 모든 땅은 멋없는 사막이고 약간의 Bush 와 돌산 등이 있다.

     

    나의 반려견 나비, German Sheperd 아직 어린이

     


    참으로 내키지 않는 여행이었다.

     

    회사에서 일년에 한 번 거저 주는 휴가 - 크리스마스이브부터 1월 1일까지 - 를 보낼 수 있는 최소 열 가지 방법쯤은 알고 있다. 나는 여행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을 많이 좋아한다. 이 해변 도시는 내가 가고 싶어 했던 그 열 가지 안에는 없었다.

     

    이 여행이 내키지 않았던 이유는, 목적지에 그 어떤 기대도 없었음을 포함하여, 가지가지 였지만 얼마 전에 결혼한 남편과 그 부모님과 함께 갔기 때문에 최대한 마음을 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마음을 먹었다. 아니, 더 쉽게 이야기하면 아무리 목적지가 마음에 안 들어도 티 내지 말고 최대한 남편과 그 부모님께 다 맞춰드리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미션은 성공했지만 난 아직도 겨울의 이 도시가 싫다.

     

    12월은 비수기중에 비수기였다. 문을 닫은 곳도 있었고 날씨도 쌀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걷는 일뿐이었다. 해변과 식당을 제외하면 그 어떤 관광지나 박물관등 볼거리도 없었다. 길거리에 주인 없어 보이는 개들이 많았던 것과 손바닥만 한 미니어처 같은 치와와들이 다만 신기했다. 여름에 온다면 내가 좋아하는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여름에 서핑 수영 등을 즐기고 밤에 술집을 돌아다니며 맥주와 테킬라를 즐기는 파티 도시인 듯하다. 술집들조차 겨울엔 비수기라서 문을 닫았거나 한산했고, 무엇보다 나는 (과거와 달리) 술을 많이 못 마시고 남편의 부모님 또한 술에는 흥미가 없으셔서 정말 심심했다. 식당들은 미국인들을 상대로 해서 그런지 미국의 멕시칸 식당과 맛이 비슷했는데, 다만 채소의 맛은 참 좋았다. 식중독의 위험 때문에 채소는 되도록 피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차피 누가 봐도 미국인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라 별로 위험해 보이지도, 현지의 기분도 나지 않아서, 나는 양껏 먹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떠나기 전날에는 거의 태풍수준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바닷가 앞의 방 4개 화장실 3개의 대 저택으로 겉으로 보면 꽤 럭셔리하고 감탄이 나오는 외관이다. 값이 (많이) 싸서 우리는 그저 비수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폭우가 쏟아지니 집 천장이 미친 듯이 비가 새고 전기가 나가버렸다. 다섯 시간을 달려서라도 그냥 집에 가고 싶었는데, 추운 밤에 히터 없이 잘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했고 무엇보다 변기 또한 전기가 나가니 작동을 안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곳의 도로 사정은 더 나빠서, 그렇게 폭우가 내리면 길이 아예 호수로 변하는 듯하여 집에 갈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빗물을 받아서 변기에 쓰기로 하고 하루 더 머물렀다. 다행히 밤늦게 전기가 들어와서 잠도 안 춥게 자고 변기도 쓸 수 있었다. 집주인의 변명은, 그 동네에 그런 태풍이 자주 안 와서 이렇다 할 대비를 안 한 거라고 하는데, 단지 비겁한 변명으로만 들렸다. 마지막 날은 환불해달라고 따질 줄 알았는데 남편의 부모님은 그런 말씀은 없으셨고 오히려 팁을 (내가 보기에는) 불필요하게 많이 놓고 가셨다. 나는 미국 이민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해해야 할 것이 많다. 

     

    미국인들이 은퇴후에 많이들 이주해서 산다고 한다. 미국과 가까워서 가족들이 오기도 좋고 미국으로 가기도 좋으니. 겨울에 춥다고는 해도 절대로 얼음이 어는 날씨는 아니니 6-70대가 넘은 분들한테는 좋은 듯하다. 차라리 거기에서 살면서 지금처럼 재택근무를 하라면 모르겠지만 겨울에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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