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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 (Havana, República de Cuba)여행 2022. 1. 13. 04:14
수도 Havana 미국 여권을 가지고 있는 나는 2016년 말,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일 때 다녀왔다. 트럼프 정권에서는 친미 국가들은 가기 힘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결론
인생 통틀어서 내가 제일 잘한일 세가지 안에 꼽힐만 한 쿠바 여행이다.
시작
공항에 내리기 전 위에서 언급한것 처럼, 오바마 정권에서는 쿠바 여행이 쉬웠기 때문에 플로리다에서 비자 사고 비행기 타고 갔다. 비자를 살 때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만 명시하면 되는데, 나는 Research 라고 쓰고 만약을 대비해 내 직업과 연관하여 무엇을 리서치할 것인지 말을 만들었으나 아무도 물어보지 않고 쿠바 입국은 그냥 되었다.
쿠바는 미국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서, 또 괜한 국제적인 시비에 휘말리면 피곤해 질 수 있어서 여행을 염두해 두지는 않았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대학교 시절 친구가 키웨스트 - 쿠바 코스를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성사된 여행이다. (키웨스트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야지) 여행의 모든 일정과 숙소는 여행 전문가 수준인 친구가 다 짰는데, 일단 처음 가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도인 아바나로 갔다. 공항에서는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시내까지 가야 할 듯 보였다. 우리는 스페인어도 못하고 대중교통을 어떻게 타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우리와 연배가 비슷하거나 좀 어려보이는 한국인 한명이 시내에 갈꺼면 택시를 같이 타지 않겠냐며 말을 걸어 왔다. 다행이 그사람은 숙소가 우리 숙소와 아주 가까워서 만나서 셋이서 택시비를 나눠 내고 숙소가 있는 동네로 왔다. 택시비는 미화로 20-30불 사이가 나왔던 것 같다. 그날 저녁부터 며칠간 우연히 만난 그 한국사람과 셋이 같이 다녔는데, 어딜 가나 사람을 경계하는 나와는 달리 일단 마음을 열고 보는 친구 덕에 낯선 그 사람과 금방 친해졌고, 이 사람은 알고 보니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 역시 우루과이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해서, 객지생활에 대한 경험을 각자 나누며 여행은 셋이 되어 더 즐거웠다. 그 사람과는 여행 이후에 연락을 다시 하진 않았다.
과정
도착하고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어두워 졌다. 모든 풍경이 내가 다녀보고 살아왔던 자본주의 나라들과는 영 딴판이었다. 사회주의 나라는 처음 가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평양 같았다고나 할까. 길은 한산하고 불필요한 장식이나 간판은 없다. 몇백년전 스페인식 낡은 건물들이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현대적인 건물들은 멋이 다 빠진, 아무 양념도 없이 먹는 다 식은 바게트 빵 맛이라고나 할까. 너무다 색다른 풍경에 공항에서 오는 택시 안에서 창밖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양념 다 빠진 사회주의속에서 예술이 나올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내에 나가 보니 매우 화려한 갤러리와 길거리 연주 등이 정말 훌륭해서 놀랬던 기억이다. 관광객을 염두한 셋팅이었다고 해도 갤러리에 걸린 작품들과 여기저기서 흥겹게 연주되는 음악과 노래 등은 어느 자본주의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을만한 수준 이었다.
까사 라고 불리는 에어비엔비 스타일의 숙소는 2인 기준 하룻밤에 약 70불정도 했는데, 아주 옛날식 3-4층짜리 건물에 작은 침대가 두개 있고 별도 화장실이 있으며 조식이 제공되었다. 1인이면 좀 쌀지도 모르겠다. 까사의 주인들은 그나마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 보였다. 쿠바의 모든 건물들이 그렇듯 까사 건물은 많이 낡았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주인은 친절했으며 불편한 점은 없었다. 어딜 가나 천장이 높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시내 한 복판에 가면 자본주의 스타일의 멋진 호텔이 있으나 생각보다 비쌌고, 까사들이 대부분 리뷰가 좋고 저렴해서,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자본주의식 호텔이라니 그건 싫어서 까사로 결정했다. 미화로 5불정도를 주면 주인이 빨래를 해준다고 해서 당연히 세탁기일 줄 알았는데 손빨래를 하는것을 보고 놀랐다.
숙소 옆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여기는 관광객 상대로 하는 식당이라 일인분에 음료 포함 10불정도로 좀 싼 미국 식당 정도의 물가이다. 쿠바는 관광객 상대로 하는 가격과 현지인의 가격이 다르다. 개념이 있다면 관광객은 관광객 상대로 하는 곳에서 먹고 자고 마시고 하는것을 (암묵적으로) 원칙으로 하고 있다. 왜냐하면 쿠바는 매우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관광객이 경제를 흐려놓는다면 대책이 없다. 남미 나라들이 대부분 미국이나 한국과 물가 차이가 많이 나는데, 쿠바는 내 기억으로는 10분의 1 정도 였던것 같다. 우리는 호기심에 길거리에서 현지인이 파는 핫도그와 커피, 콜라 등을 셋이서 사먹었는데 미화로 2불이 안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호기심에서 한번은 사먹을 수 있지만 왜인지 두번은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그리고 현지인 상대로 파는 음식들은 (적어도 내 입맛에는) 좋지는 않았다. 큐반 샌드위치라고 미국에서도 몇번 먹은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마다 이걸 내가 왜 주문했을까 후회를 했다. 주로 햄 소세지 같은 가공육이 두세가지 들어있는 샌드위치인데, 쿠바 현지에서는 아마도 그런 가공육이 냉장고 없이도 보관이 가능해서 인기가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면 전기가 안들어오고 냉장고가 없는 상점들이 대부분인데, 사회주의라서 그런지 거기서 파는 물건은 가공육, 쌀, 빵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광광지 안에 있는 마켓들은 전기도 들어오고 한국이나 미국의 마켓과 비슷하다.
미국 핸드폰을 가진 나는 거기서 로밍이 안되었고 와이파이는 현지에서 파는 무슨 카드를 구입해서 접속해야 한다. 까사에는 와이파이가 없었다. 아니 어딜 가도 없었다. 지금은 와이파이 사정이 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친구는 장시간 줄을 서서 은행에서 쿠바 현지 돈으로 환전을 하고 또 다시 줄을 서서 그 카드를 구입했으나 나는 그냥 와이파이 없는 날들을 즐겼다. 어차피 그 카드에 적힌 대로 접속해도 특정 구역 안에서만 인터넷이 되고 거기를 벗어나면 먹통이었다. 인프라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 불편했지만 색다른 분위기때문에 나는 그 조차도 신기하고 즐거워했다.
아바나의 밤거리에는 날이 따뜻해서인지 해변을 중심으로 사람이 가득하다. 밤에 거리를 잘 안다니는 미국과 많이 비교된다. 공산국가라서 법이 세고 단속이 잘 돼서 치안이 좋다고 한다. 길에서 그냥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이 많다. 행복해 보였다.
아바나의 현지인들은 대부분 행복해 보였다. 어떤 곳은 전기도 안들어 올 정도로 가난해 보였고 먹는것도 부실해 보였는데 언제 어디서나 젬베나 우크렐레 같은 악기로 여기저기서 연주하며 춤을 추는데 내 눈에는 참 행복해 보였다. 워낙에 폐쇄되었던 국가라서 발전이 더디어서 인지 몇백년전 스페인식 건물들이 많았고 미국 자본주의 상징인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가 없어서 좋았다. 차들도 60-50년대 차들을 겉만 개조해서 몰고 다니니 매연이 심했다. 현지 쿠바의 젊은이들은 대부분이 아주 깨끗한 티셔츠와 운동화, 잘 손질한 머리로 외모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쓴다. 정작 허름한 것은 자본주의에서 온 우리였다.
남미에는 주인없는 길강아지가 많은것 같다. 내가 가보았던 멕시코, 쿠바, 과테말라 적어도 이 세 나라는 목걸이 없는 개들이 어딜가나 아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반기문씨가 와서 머리를 하고 가셨나보다. 여기 쿠바 맞다.
라이브 연주를 하는 식당인데 지금 나오는 음악을 제외하면 Can't take my eyes off you 같은 대부분 미국 음악을 연주했다. 우리가 원한건 그곳의 음악이었는데. 그런데 연주 자체는 좋았다.
체 게바라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굉장히 큰 예수님 상도 있다. 이곳에서 보는 아바나 경치가 매우 좋다. La Cabaña de Che Guevara 또는 Christ of Havana 로 검색하여 찾을 수 있다.
아바나에서 택시를 타고 헤밍웨이가 머물면서 글을 썼다는 마을로 갔다. 이 마을은 헤밍웨이로 먹고 사는듯 했다. 헤밍웨이가 낚시한 곳, 헤밍웨이가 술마셨던 곳 등이 보존되어 있다. 작은 마을이었고 의외로 관광객들로 붐비지는 않았다. 인구도 몇 안되는 마을이었다. 경치가 아바나 도심에 비하면 훨씬 아름답고 한적했다. 여기서 매일 낚시하고 글 썼던 그 생활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여기엔 군사 목적으로 만든 성벽들이 있다. 1700년대 후반에 아바나 항구가 여러 유럽 사람들과 해적의 타겟이 되었는데, 그걸 방어하기 위해 스페인이 지은것인데 워낙에 영국 프랑스 또는 해적들에 의해 뺏겼다가 되찾았다가 한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https://en.wikipedia.org/wiki/Morro_Castle_(Havana)
Morro Castle (Havana) - Wikipedia
This 18th-century manuscript map shows the plan of Morro Castle, located at the entrance of Havana Bay, Cuba. The fortress was built by the Spaniards, starting in 1585. The Italian military engineer Battista Antonelli (1547–1616) was commissioned to desi
en.wikipedia.org
추천
무조건 추천이다. 나는 아바나만 보고 왔지만 좀 더 시골로 가서 스쿠버다이빙까지 하고 온 내 친구가 정말 부러웠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발전이 더딘 관계로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도 관광객을 많이 받을 수 없었던 전 세계 몇 안되는 국가중 하나일 것이다. 가이드 해주겠다며 빌붙어서 시가 팔아먹고 비싼 술집 데려간 사람만 조심했으면 더 아름다웠을 추억인데, 그나마 멕시코 티화나 같은데서 사기치던 현지인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시가는 그런 사람들에게 사면 가짜가 많다고 하니 반드시 인증받은 호텔이나 면세점에서만 사야 한다고 한다. 치안이나 사람들의 친절은 다른 남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좋다. 다만 음식이 자랑할만한 메뉴는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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